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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3 에피소드 - 본격적인 흔들기, 그리고 이혜진의 돌발행동
    ✔해적단 에피소드 2025. 8. 1. 14:22

    패스단 내부 지휘통제실.
    정다운이 본진에 발을 들인 이후, 꼼띠는 감시 로그에서 미세한 동선의 어긋남을 감지한다.
    그는 곧장 감시 동선을 재설정하고, AI 로그 분석기를 추가 가동시킨다.
    “누가 문을 열었는지는 몰라도... 정답은 항상 내부에 있어.”
    꼼띠의 중얼거림은 공기처럼 스며들었다.


    유하 역시 조용히 움직인다.
    항해 통신 기록과 더불어 정다운의 위치 데이터를 조심스럽게 수집하고 있었다.
    겉으로는 평온하지만, 눈빛 뒤편엔 싸늘한 연산이 흐르고 있었다.
    “분위기가 무너지면, 항해는 그 즉시 침몰해.”
    유하는 조용히 읊조린다.


    그러나 봉필남은 다른 생각이었다.
    그는 감시보다도 지휘부 내부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라 주장했다.
    그는 조직의 방향보다, 사람의 눈빛을 우선시했다.
    “우리가 먼저 의심으로 균열나기 시작하면... 정다운보다 우리가 우리를 먼저 무너뜨리는 거야.”
    그의 말엔 맑고 단단한 확신이 있었다.

    한편, 지하 회의실의 한켠에선 죽순이엄마와 정다운이 마주 앉아 있었다.
    조용한 대화였지만, 정다운의 말에는 분명한 힘이 있었다.
    공손한 말투였지만, 그 안엔 미묘한 압박이 내포되어 있었다.
    “정확히 어떤 ‘이름’을 지키고 싶으신가요? 사람의 이름인가요, 아니면... 상표의 이름인가요?”

     



    정다운의 질문에 죽순이엄마는 말문이 막혔다.
    죽순이엄마,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중얼거리듯 말했다.
    “…사람의 이름…”

    정다운은 다시 말한다.
    “‘죽순이네 김치찌개’라는 간판을 지키려는 거라면, 그건 상표를 지키는 겁니다.”
    죽순이엄마는 당황해하며 고개를 들었다.
    “아… 그럼… 간판을 지켜주세요…”

    “본인이 뭘 지키려는지도 헷갈려선 안 됩니다. 똑똑히 기억하세요.”
    정다운의 목소리는 조용하지만 단호했다.
    “네…”

    죽순이엄마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두 눈엔 눈물이 맺혀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무엇을 지키려 했는지도 모른 채 말문이 막혔고,
    그 사실이 더없이 부끄럽고 한심스러웠다.

     



    한편, 이혜진은 로비 한켠에서 무전기와 메모지 사이에서 망설이고 있었다.
    손끝이 떨렸다.
    그녀는 자신이 이용필의 친여동생이라는 사실이 들통날까 불안에 떨고 있었고,
    정다운의 등장으로 그 시간은 더욱 가까워지고 있었다.
    게다가 꼼띠가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다는 직감은
    숨통을 조여오는 것 같았다.

    그때, 깡쥐가 조용히 다가왔다.
    해맑은 얼굴로,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건넨다.
    “요즘 혜진 누나… 너무 조용해서 더 이상해. 나만 그래양?”
    이혜진은 억지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아니야… 그냥… 피곤해서 그래…”
    깡쥐는 고개를 갸웃하다 물러났다.
    이혜진의 손끝은 여전히 무전기 위에서 떨리고 있었다.
    동시에, 패왕식은 통신실에 몰래 진입해 외부로 암호 통신을 시도하고 있었다.
    화면 너머에 익숙한 실루엣이 나타났지만, 곧 영상은 끊겼다.
    “꼭… 이렇게까지 해야만 하나…”
    패왕식은 혼잣말처럼 중얼였다.

    이후 유하를 호출한 그는 조용히 항해 일정을 물었다.
    “우리가 다음 섬으로 나가는 일정, 정확히 언제지?”
    유하는 숨을 고르며 대답했다.
    “내일입니다. 캡틴. 하지만… 지금 상태로는 무리일 것 같아요.”
    패왕식은 길게 한숨을 내쉰다.
    강행은 불가능했다.
    비금도에서 발생한 내적 균열을 수습하지 못한 채, 항해는 있을 수 없었다.
    ‘신속히 수습하고… 반드시 항해를 재개해야 한다.’
    그는 속으로 다짐했다.

     



    한편, 지통실. 유하가 혼자 남은 틈을 타 정다운이 다가왔다.
    그는 규정집을 슬며시 건네며, “합법적 조언”이라 일컫는다.
    유하는 고개를 숙이고 책장을 넘긴다.
    그 안에는 외부 ‘법무지원서’가 한 장 삽입되어 있었다.

    정다운은 조용히 유하의 반응을 살폈다.
    “그 단체의 구조… 생각보다 허점이 많더군요. 혹시 대비책은 있으세요?”
    유하는 말없이 책을 덮었다.
    ‘흔들고 있다. 아주 천천히, 명확하게…’
    그 문서는 단순한 조언이 아니었다.
    조직을 합법적으로 무너뜨릴 수 있는 출구 전략이었다.

    정다운은 지금, 명확하게 흔들고 있었다.
    그 시각, 꼼띠는 회의 기록 서버를 복구 중이었다.
    누락된 로그 속에서 그는 정다운 방문 이틀 전,
    이혜진의 노트북 접속 기록을 발견한다.
    “…들어왔어. 로그인 기록… 그건, 이혜진이야.”
    꼼띠의 목소리는 낮고 단단했다.

    비금도의 커피숍 지하 1층.
    노트북 두 대와 각종 법률 서류가 쌓여 있는 테이블 위.
    정다운과 이용필이 은밀히 마주앉아 있었다.
    “상황은 흔들고 있어. 천천히, 강하게.
    특히 이혜진… 상태가 아주 안 좋아.”
    이용필은 미소도 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쪽이 먼저 터지면, 나머지는 도미노야.
    제일 약한 고리를 넘기면 돼.”

     



    그날 밤.
    이혜진은 지하 복도를 헐떡이며 걸었다.
    머리를 부여잡고, 이해할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갑자기 괴성이 터져나온다.
    의미 없는 문장, 반복되는 말, 절규.
    “아냐! 그건 아니야!
    내가 먼저였잖아!!
    왜 아무도… 왜 아무도 몰라…!!!”
    정다운은 벽 너머에서 그 광경을 조용히 지켜본다.

    “제일 약한 고리부터.”
    이용필과의 대화가 귓가를 스쳤다.
    “난…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시작했을 뿐이라고!!!”
    깡쥐가 달려온다.
    “누나,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방실이도 함께 도착해, 이혜진의 손을 붙잡는다.
    “혜진 누나, 정신 차려봐!
    힘든 거 있으면 말해. 우린 가족이잖아!”
    그제야 정신을 차린 이혜진은 헛웃음을 지으며 얼버무린다.
    “어… 아니야. 요즘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봤나봐. 대사를 따라해봤어…”
    “...뭐, 어??”
    깡쥐와 방실이는 어안이 벙벙해진다.

    그 광경을 꼼띠 역시 말없이 지켜보고 있었다.
    시간이 조금 흐른 후.
    하나의 벽을 사이에 두고,
    정다운과 이혜진은 낮은 목소리로 대화를 나눈다.
    동시에, 꼼띠와 유하도 다른 벽 너머에서 조용히 의견을 교환한다.

    “우린 같은 배를 탄 거야.
    뒤늦게 깨달았더라도, 방향은 정할 수 있어.”
    이혜진은 눈을 감는다.
    “…그 배가… 침몰하면?”
    정다운은 미소를 머금은 채 대답한다.
    “그럼, 우린 먼저 떠나야지.”

    동시간.
    유하가 조용히 입을 연다.
    “우린 지금, 선택의 시간에 와 있어.”
    꼼띠가 응답한다.
    “그래… 먼저 움직이는 쪽이 이긴다.”
    패왕식은 결국 출항일을 미룬다.
    비금도는 겉으론 잠잠하지만, 내부는 점점 더 깊이 균열을 키워가고 있었다.

    정다운의 교란,
    이용필과의 내통,
    이혜진의 자아 붕괴,
    지휘부의 동요.
    이 항해의 목적은 ‘합격’이었지만,
    이제 그것은 생존으로 변하고 있었다.

    생존을 위한 처절한 서바이벌.
    과연 이들 모두가,
    다시 본업에 집중하는 항해로 돌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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